한국의 행운을 전달하는 보자기 퍼포먼스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서 이뤄진 이유진 작가의 두번째 작품

 

글: 채 명지


6월중 최고 높은 기온을 기록한 지난 69. 뜨거운 햇빛이 그대로 내리쬐는 워싱턴 스퀘어 파크. 커다란 아치 앞 광장에 하얀 옷을 입은 가녀린 동양여자가 나타났다. 그녀는 말 없이 보자기를 매듭지어 연결된 긴 천을 묵언 수행을 하듯 큰 원을 그리며 광장 한 가운데에 둥글게 똬리를 튼다. 더운 날씨에 공원에 있던 모두가 늘어져 있을 때, 지나가던 행인들의 발을 멈추게 하고, 분수를 보고 뛰어오던 아이들의 발을 멈추게 하였던 신비한 행위 예술의 주인공은 바로 한국 작가 이유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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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석사를 마친 이유진 작가는 2008년 뉴욕으로 이주하여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 로어맨해튼컬처카운슬(LMCC) 수혜작가였던 그녀는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서 777개의 보자기로 이뤄진 퍼포먼스를 펼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올해, 그녀는 서울 문화재단의 후원으로 3337개의 보자기로 이뤄진 보자기 퍼포먼스를 가지고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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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뱀이 똬리를 튼 것처럼 보이는 보자기로 이뤄진 큰 원은 불교의 만다라를 연상시켜 동양의 신비로움을 한껏 표출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유진 작가의 퍼포먼스가 끝나고, 작품주변에서 그녀를 주시하던 모든 관객들이 하나 둘 그녀의 작품 앞으로 모여들었다. 관객들이 보자기를 풀어 가져가는 것 까지도 작품의 한 부분이기에 한 명, 두 명, 보자기를 풀어가자 여기저기서 많은 관객들이 참여하기시작했고 30분이 지나자. 큰 보자기 원의 반이 보자기를 풀어가기 위한 대기 줄로 길게 늘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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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더운 시각 오후 12시에서 3시까지 퍼포먼스가 이뤄졌기 때문에 취재 걱정보다도 작가 걱정이 앞섰다. 휴식이 필요한 그녀였지만, 뉴요커들에게 생소하고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 윤회설을 직접 체험하면서 몸소 느낄 수 있게 만들어 깊은 인상을 심어준 이유진 작가를 만나보았다.


보자기라는 소재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또한 3337개라는 숫자의 의미는 무엇인가?

- 보자기는 우리나라 전통소재이고, 보자기로 물건을 포장하면 행운을 전달한다는 의미가 깃들어 있다. 색과 무늬도 직접 디자인해서 한국에서 공수해왔다. 7이란 숫자 또한 행운과 연결되어 있고, 3은 서양에서 좋은 숫자로 의미하기에 선택하였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보자기 퍼포먼스는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서 행해졌다. 이번 작품은 그 전시의 연장선인 것인가? 또 다시 워싱턴 스퀘어 파크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 보자기라는 소재가 같을 뿐 시리즈나 작품의 연장선은 아니다. 관심 있고 추구하는 작품의 방향이
 특정 야외공간을 활용과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작품이기에 아이디어 선에서는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관객참여와 촬영이 필요한 작품인지라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찾다가 워싱턴 스퀘어 파크를 선택하게 되었다.

이번 작품의 주제가
매듭을 짓고, 매듭을 풀어라이다. 작가가 전달하고 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 종교가 불교는 아니지만, 불교의
윤회설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원을 그리는 것이 하나의 표현인데, 설치미술이지만, 사람들이 보자기를 풀어감으로써 끝으로는 작품이 사라지고 보자기는 다른 역할을 가진다는 표현을 하고 싶었다. 또한 매듭이 인생의 얽힌 문제로도 나타날 수 있는데, 그것을 푼다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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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작가의 ‘Emptiness’(2010) 출처: ujinleeart.com>

 보자기, 매듭, 종이 등 다른 작품에서도 한국 색이 드러나는 소재를 주로 사용한다. 언제부터인가?

-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한국에서 작품활동을 할 당시에는 전통소재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유학을 오면서, 한발 짝 뒤로 물러서니 한국의 미를 발견하게 되었고, 내가 추구하는 자연친화적인 작품에 잘 맞는다고 생각하게되었다. 주로 서양건축은 하늘에 닿으려 한다면, 우리는 자연과 조화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보자기를 처음 선택하게 된 계기도 포장지와 비교했을 때 재활용이 된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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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작가와 동료 아메드 알수다니>

 이유진 작가의 보자기 퍼포먼스의 큰 장점은 일상에서 사용되는 물건인 보자기를 통해 뉴요커들에게 생소한 동양의 사상과 아름다움을 직접 몸으로 보여주고 그들 또한 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인터뷰가 끝나자 20대 미국 남학생들이 몰려와서 작가의 손을 잡으며 좋은 작품을 보여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올 가을, 새로운 작품으로 뉴욕을 다시 찾아 온다는 이유진 작가.또 어떤 작품으로 뉴욕의 관객들의 마음과 시선을 사로잡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