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idden Beauty of Korea Captured by Five Artists from Abroad 1920s-1950s 전시 리뷰


글 조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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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소사이어티 갤러리 


아날로그 시대를 지나 디지털 시대를 걷고 있는 요즘, 인터넷의 발달과 각종 전자 기기의 발달로 인해 전 세계는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 비록 서로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고, 살고 있는 대륙이 다르더라도,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지구촌 방방 곡곡의 소식을 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TV에 자유의 여신상이 나오면 단번에 그 곳은 북미 대륙에 위치한 뉴욕임을 알아차릴 수 있고, 앙코르와트가 나오면 그 곳이 동남아에 있는 캄보디아라는 곳임을 알 수 있다. 이렇듯, 과학 문명의 발달로 인해 우리는 직접 가지 못하면, 가상으로라도 전 세계를 여행 할 수 있는 시대에 사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명의 발달이 있기 전의 세상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인터넷 과 매스미디어 문화는 상상을 할 수도 없었을 뿐더러, 동.서양간 장거리 여행도 쉽지 않았기 때문에 서로가 갖고 있는 이국적인 문화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을 안고 살았을 것이다. 심지어, 근대화 시기 이전의 한국은 쇄국정책을 앞세워 다른 나라와 비교해 타국 사람들의 왕래를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이 시기에 한국으로 입국이 가능했던 신분은 외교관, 무역상, 그리고 소수의 선교사 정도였기 때문에, 서구인들에게 한국이란 비밀스럽고, 이국적이며, 굉장히 낯선 세계로 인식되었다. 


2013년 6월 20일 뉴욕 미드타운에 위치한 코리아 소사이어티 (The Korea Society)에서는The Hidden Beauty of Korea Captured by Five Artists from Abroad 1920s-1950s 라는 전시 제목으로192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각기 다른 목적과 인연으로 한국을 방문한 다섯명의 외국작가의 판화 전시를 열었다. 카와세 하수이 (Kawase Hasui, 1883–1957, 일본), 폴 자쿨레 (Paul Jacoulet, 1896–1960, 프랑스), 엘리자배스 키스 (Elizabeth Keith, 1887–1956, 스코트 랜드), 릴리안 메이 밀러 (Lilian May Miller, 1895–1943, 미국), 그리고 윌리 세일러 (Willy Seiler, 1903–Unknown, 독일) 이렇게 총 다섯명의 작가의 동판화와 목판화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1900년대 초 한국의 숨겨진 아름다운 모습을 외국작가들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를 가까이서 들여다 보면,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작가들 고유의 테크닉이나 주제를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게 나타난다. 하지만 여기서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이번 전시에 참여한 다섯명의 작가들 모두 한국의 일상 풍경이나 자연 경관등을 미화시켜 표현했다는 것이다. 이들 대부분이 한국을 방문했던 시기는 일본의 식민통치와 한국 전쟁으로 인해 매우 어수선하고 가난했던 시기였지만, 그들의 작품에는 이러한 모습들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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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izabeth Keith                       Lilian May Miller

     Wedding Guest, Seoul         Korean Junks at Sunset 1 of 2 (left)

1919, Color woodblock print                1928, Color woodblock print

    9 ½ x 12 inches, Edition 17 of 30 15 x 14 ¼  inches, Edition 29 of 30



특히나 독립운동이 전국에서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었던 시대에 한국에 처음 발을 들여 작품 활동을 했던 엘리자베스 키스의 화려하게 묘사된 인물화나 릴리안 메이 밀러의 담백한 색채로 붉게 물든 노을과 사찰의 그림자를 아름답게 대비시킨 풍경화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어수선 하기는 커녕 마음이 오히려 차분해 지는 느낌까지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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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wase Hasui Willy Seiler           Paul Jacoulet

       Bul Guk Temple    Haggling Two Adversaries 1 of 2 (left) 

      1939, Color woodblock print      c. 1960, Hand colored etching       c. 1950, Color woodblock print

11 x 15 ½ inches, Edition 9 of 30  1 1 x 8 ¼ inches, Edition 3 of 30     15 1/2 x 11 ¾ inches, Edition 26 of 30


카와세 하수이가 그린 밝은 달빛 아래 고즈넉한 불국사의 야경은 마치 승려들이 조용하게 불경을 외고 있을 것만 같고, 윌리 세일러가 표현한 서민들이 억척스럽게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 시장에서 일을 하는 모습에서도 가난에 허덕인다는 모습 보다는 활발한 시장의 모습이 느껴진다. 또한, 폴 자쿨레의 창의적인 구도와 섬세한 선묘, 그리고 과감한 원색의 사용은 그가 어떠한 주제를 표현하듯 (양반을 그리던 거지를 그리던) 똑같이 나타난다. 이러한 특징은 그의 작품을 독특하고 화려하게 나타내는데 일조하긴 하지만, 종종 현실감이 떨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특징들에 대해 코리아 소사이어티 갤러리의 진진영 디렉터는 활기찬 시장의 모습이나 관조적인 자연의 모습을 담은 풍경화와 점잖은 선비나 나른한 아낙네의 초상화에는 한국의 근대화의 편린과 함께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이 강하게 투영되어 있다.” 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 또 한가지 특이한 것은, 일본의 식민통치하에서 정치적 혼란이 팽배했던 시기의 한국을 아이러니 하게도 일본의 전통 목판화 형식인 우끼요에 (Ukoyo-e)* 테크닉을 이용하여 아름답게 표현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함께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한국을 서구에 소개했던 노버트 베버 (Norbert Weber), 이사벨라 버드 비숍 (Isabella Bird Bishop), 퍼시벌 노웰 (Percival Lowell), 릴리아스 호톤 언더우드 (Lillias Horton Underwood) 가 기술한 네권의 고서를 함께 전시함으로써 관람객들에게 한국의 근대화 시기를 다양한 시점에서 바라보고, 읽고,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한국이 아닌 먼 타국땅에서 보기 힘든 60~100여년 전의 한국 모습이 담긴 여러장의 판화작품은 많은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오래전에 고향을 떠나와 미국에 정착을 한 재미 동포분들에게는 애잔하고 아련한 그 분들의 어린시절 향수를 느끼게 해 주는 자리가 되고, 한국 문화와 그 시절의 한국을 전혀 모르는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의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판화라는 매체를 통해 공유할 수 있는 장이 되었다. 하루하루 바쁘게 돌아가는 디지털 시대인 21세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 외국 화가들이 한국을 여행하며 담아낸 백년전의 한국의 수수하고, 아름답고, 이국적이며, 동양적인 멋이 가득했던 그 시대로의 가상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이번 전시는 8월 31일까지 코리아 소사이어티(950 Third Ave. 8Floor, New York, NY 10022)에서 감상 할 수 있다. 


www.koreasociety.org


* 우끼요에 (Ukoyo-e)* 테크닉 

17세기  일본 에도시대에 유행하던 테크닉으로 당시 사람들의 일상 생활이나 풍경을 여러 가지 색상으로 찍은 목판화를 뜻함. 목판을 파고 그 위에 색을 채색하여 종이에 찍어내는 제작법을 거치는 우끼요에는 후에 19세기 유럽 인상파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함.


**본 전시에 소개된 17점의 동판화와 목판화 작품 그리고 고서적들은 현재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거주하고 계신 송영달박사의 소장품이다. 이스트캐롤라이나 대학교에서 정치학, 행정학 교수로 30여년간 재직한뒤 현재는 명예교수로 은퇴한 송영달 박사는 백년전 한국의 아름다움을 공유하기 위해 이번 코리아 소사이어티 전시에 선뜻 소장품을 내어 주셨다. 


*** 모든 사진의 저작권은 코리아 소사이어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