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따윈 필요없어! MoMA Rain Room을 가다.

/사진 오인경

 

001.jpg

<사진1 - 뉴욕현대미술관(MoMA) 외벽,  Rain Room 전시장 입구>

 

       지난 여름 뉴욕에 와서 가장 먼저 산 신발은 레인 부츠였다. 비 오는 맨하튼을 걸을 때면 나는 영화 '엑스맨'의 스톰이 되는 상상을 하곤 했는데, 그녀의 긴 백발 헤어스타일이 탐나서가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 이유는 바로 날씨를 마음대로 조종하는 그 능력이 부러웠기 때문이다. 스톰의 눈동자가 하얗게 변하는 순간, 갑자기 날씨가 흐려지고 비가 내리고 천둥이 치는 등 날씨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그녀의 매력에 빠져, 나도 비를 내리고 멈추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하곤 했다. 특히, 한여름 무더위 속의 뉴욕 거리를 걸을 때면 늘 시원한 비가 내리길 바랬는데, 우산을 쓰기 귀찮아 비가 나만 피해서 내리면 더더욱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며칠 전, 이러한 나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체험을 했다.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지난 5월부터 새로 전시를 시작한 `비 내리는 방'(The Rain Room)이 바로 그 독특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예술과 디자인, 건축 그리고 최첨단 과학 기술을 토대로 혁신적인 작업물을 기획하고 제작하고 있는 Random International의 실험적인 작업물 중 하나인 Rain Room은 2012년에 런던 바비칸 센터의 The Curve에서 성공적인 전시를 마치고, 올해 5월부터 MoMA에서 그 두 번째 전시가 진행 중이다. Random International은 센서를 통해 관람객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폭우 속에서도 관람객은 비를 맞지 않을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해, Rain Room 전시를 탄생시켰다. 새로운 기술과 독특한 아이디어의 결합으로 탄생한 Rain Room안에서는 비가와도 우산이 필요 없는 신기한 현상이 벌어진다.

 

003.jpg

  <사진2 - 3시간 이상 기다린 후 입장한 Rain Room 속에서>
 

       폭우처럼 쏟아지는 비 속에서 관객들이 머무는 곳을 피해 비가 내리는 신비한 Rain Room의 전시를 경험하기 위해 나는 이른 아침 MoMA로 향했다. 나는 MoMA의 연간 학생 회원이라 우선 관람 혜택이 주어짐에도 불구하고, 3시간 이상 기다려 이 전시를 볼 수 있었는데, 일반 관람객의 경우에는 5~6시간이상 대기해야 Rain Room 안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현재까지 약 55,000여명의 관람객이 Rain Room을 찾았다고 하니, 2013년 여름의 뉴욕 전시 중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전시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002.jpg

 <사진3 - Rain Room안에서 퍼포먼스를 취하는 관람객들>

      
       Rain Room 안에 들어서면, 천장에서 쏟아지는 비와 관람객 사이의 인터랙션을 볼 수 있는데, 관객들은 어둠이 가득한 Rain Room 안에서 저마다 이리저리 움직이며 여러 가지 동작을 취한다. 내리는 비와 사람들 사이의 순간 순간의 움직임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업물이 완성되는 독특한 체험을 직접 보고, 경험할 수 있다. 처음에는 쏟아지는 비를 맞을 것 같은 두려움에 주저주저 하던 관람객도 한 발짝 두 발짝 Rain Room안에 발을 들이고는 이내 어린아이가 된 마냥 Rain Room안의 이곳 저곳을 마음껏 돌아다니게 되는데, 이 곳에서는 누구나 엑스맨의 스톰처럼 비를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는 체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004%20(1).jpg
<사진4 - Rain Room안, 쏟아지는 비를 제어하는 중인 관람객 >
 

       컴퓨터와 사용자간의 인터랙션은 비단 디지털 기기에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비 내리는 방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 자체가 관객에겐 하나의 놀이이자 퍼포먼스가 될 수 있다. 쏟아지는 빗속에 들어서는 순간, 관객은 무대의 주인공이 되어 몸짓으로 저마다의 스토리를 완성해 나가며, 관객이 곧 작업자가 되는 것이 바로 Rain Room안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이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압력조절기, 추적 카메라, 그리고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연산화 해 비의 위치와 양을 조절하는 센서가 사용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한번 내린 비는 재활용 된다고 하니 올 여름, 시원한 비 구경을 실컷 할 수 있는 Rain Room을 방문해 보는 것도 한여름 뉴욕의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Rain Room은 오는 7월 28일까지 MoMA에서 전시된다.

 

< 관련 사이트 >

http://www.moma.org/visit/calendar/exhibitions/1380

http://www.youtube.com/watch?v=7cem71cR0S0

 끝.